임영주 한국PL센터 소장

(농협하나로클럽, 2002)

이미 오래 전부터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과 소비자간의 많은 논란을 가져 온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 이하 PL법이라 칭함)법이 소비자의 주권확보라는 논리에 밀려 약 2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오는 7월 1일부로 국내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다.

PL법이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 또는 제 3자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확대된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그 제조물의 제조자나 판매자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하는 법리인 것이다.

현재 PL법은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 필리핀,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약 30여개 국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법으로 제정 또는 시행되고 있다.

PL법은 민법상의 특별법으로서 지금까지의 법률로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그 제품을 만든 제조자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이 경우 피해자 스스로가 그 제품에 결함이 있었던 점만이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회사의 설계, 개발, 제조단계 등에 어떤 과실이 있어 결함품이 나오게 되었는가를 조사하여 입증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가 결함을 증명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어서, 제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배경 하에 객관적으로 보아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면 제조업자가 결함을 입증하고 배상책임을 져야 된다는 것이 법률로 규정되었는데 이것이 PL법의 주요 골자이다.

PL법 제정의 큰 의미로는 첫째, 피해자의 구제이며, 둘째로는 결함 및 피해의 방지이다.

PL법은 그 시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소비자와 기업간의 입장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점차적으로 소비자의 의식확산과 기대수준의 향상으로 소비자의 권익 확대라는 의미에서 그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PL법상의 제조물책임을 지는 자는 제조업자와 가공업자 또는 수입업자를 기본으로 하며 제조물에 상호나 상표 등을 사용해 자신을 제조(가공 또는 수입)업자로 표시하거나 오인시킬 수 있는 표시를 한 자를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수입업체는 물론 1차 책임자인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 공급(판매, 대여 등)한 자가 2차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므로 유통업체도 PL의 직접적인 당사자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할인점에서 자사브랜드(PB)를 판매하거나 자사의 주소가 들어간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 제품을 실제로 만든 제조업자가 별도로 있다 하더라도 이는 표시 제조업자로서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제조업자로 알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자로 표시되어 있는 경우 그 제품의 안전성 확보는 제조자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라는 판단에서 PL법에서는 표시제조업자를 책임의 주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피해자가 제품의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판매업자도 역시 공급업자로서 제조업자를 대신하여 제조물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경우 공급업자가 제조업자 또는 자신에게 공급한 자를 사전에 피해자에게 알려 주었다면 책임은 면하게 되어 있다.

국내의 경우 백화점, 할인점, 양판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 상담창구의 운영과 고객 불만처리 및 피해보상 등을 실시해 주고 있지만 단지, 보상 이외의 다른 대응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위에서 지적한 PL법의 내용으로 법 적용 여부를 따지는 것 이외에도 유통업체에서 PL법에 대비하여 야 할 많은 문제점으로는 유통과정에 이르는 상품의 철저한 품질관리와 보존기간의 준수, 판매시설의 안전성 확보, 클레임 대응체계 구축, 상품 공급업자와의 계약관계 정비, 피해배상 규정 정비, 위험분산을 위한 PL보험가입, 판매상품 기준 재정립, 판매자에 대한 교육 등  이른바 PL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PL법 시행과 관련한 철저한 사전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판촉상품 및 쇼핑용 카트의 안전성 등 점검해야 할 문제점 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한가지 예로서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대형 할인점 등의 쇼핑카트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권고사항을 발표했으며, 이는 위원회가 주요 할인점에서 사용하는 쇼핑카트의 디자인, 사용법, 사용상의 경고사항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쇼핑카트에 어린이를 태우고 다닐 경우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할인점 이용자들의 우려가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그림이나 문자로 “어린이에게서 주의를 떼지 마십시요” 라는 내용을 표시한다든가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경고문 등을 눈에 잘 띄는 장소나 쇼핑카트 위에 게시하도록 요구해 왔다.

위와 같이 PL법 시행에 따라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할 일들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해 놓고 실제업무에 있어 활용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모든 일들은 불필요한 시간적 낭비가 될 것이다.

얼마 전 국내의 모 분유회사에서 소비자 불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사건이 확대되어 국내 전 매스컴 상에 일제히 보도가 되어 공들여 쌓아 놓은 회사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적이 있다.

이는 기업내부에 소비자 상담창구가 존재해 있음에도 클레임처리 체계가 원활히 이루어 지지 않고 있음을 엿 볼 수 있는 단적인 예 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클레임의 유형을 정확히 분석하고 각 단계별 대응방법과 효과적인 처리를 위한 매뉴얼의 준비 등 클레임처리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지속적인 사원의 교육과 함께 사고대응을 위한 시뮬레이션도 실시해 봄직 하다.

그리고 이러한 PL대응은 어느 한 부서의 고유업무가 아닌 전사적인 업무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자사의 경영방침에 제품안전을 위한 내용을 설정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들이 최후에는 기업의 제품안전성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PL법 시행은 소비자를 위한 법으로만 생각이 되어 질 수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기업들로부터는 상품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결함이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따라서 높은 안전성을 위해 노력 할 때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됨은 물론, 기업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비용을 들여 제품안전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PL대책으로서만이 아니라 나아가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