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 PL, 기회로 삼자

임영주 한국PL센터 소장 / 삼성방재연구소 “위험관리” (2002, 가을호)

Ⅰ 제조물책임법과 경제환경의 변화

본격적인 소비자 주권시대가 열린 지도 이제 2개월 정도 되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고 그에 따른 기업들의 준비도 분주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 관련기관을 중심으로 PL법에 대한 홍보와 교육지원, 보험 등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기업의 담당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뭔가를 준비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홍보를 위한 설명회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지만 선뜻 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된지 2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났음에도 정부의 홍보부족으로 직접적인 당사자인 소비자는 물론이고, 소송의 대상인 기업의 준비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으로 관련기관의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PL법 시행전에 바짝 긴장했던 기업들은 지금까지 크게 부각되는 클레임이 없는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PL법 시행 후에 공급된 제품이 PL법의 적용대상이니만큼 아직은 속단할 처지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외국의 예에서 보아왔듯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 클레임 건수가 확대되고 본격적인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혹시라도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나 준비가 미흡하면 언제든지 문제는 발생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PL법에 대응한 준비를 철저히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제조물책임법 제정의 영향

(1) 소비자의 법적 구제의 용이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되면 피해자는 민법상의 계약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보다는 용이하게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은 피해자의 피해구제를 원활하게하여 소비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무과실책임이 법률에 명기되어 있으므로 소비자의 법률상 입장이 명확하고, 소비자로서는 제조물책임 소송에서 승소할지, 패소할지의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2) 미국과 같은 소송환경의 도래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되면 미국과 같은 소송사회가 도래할 위험이 있다고 하는 우려가 있다. 독일·일본 등 이미 제조물책임법을 제정한 국가를 살펴보면 제정 이후 약간의 소송증가가 있으나, 제조물책임 소송이 홍수를 이루는 사태는 야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국내에서도 미국과는 법률상의 책임개념에 차이가 있고, 미국인은 우리 국민과 비교하여 소송을 즐기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때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우려할 만한 제조물책임 소송사태가 야기될 위험은 없다고 본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제조물책임 소송이 현재보다는 증가할지 모르지만 당장 미국과 같은 소송의 남용으로 초래되는 사회문제는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제조물책임 소송이 다발하고 있는 이유로는 제조물책임 보험제도가 불충분하고, 변호사가 너무 많으며 성공보수제를 실시하고 있고, 소송제기비용은 저렴하고, 소비자가 증거를 얻기 위하여 제조자를 빠짐없이 조사할 수 있고, 배심원제도가 있으므로 배심원의 동정을 얻으면 패소할 가능성이 있는 소송이라도 승소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제조물책임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1) 제품의 안전성의 향상

제조물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과, 기업은 안전성의 향상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여야 하며, 위해제품의 생산이 감소되는 효과가 생길 전망이다.

(2) 물가 및 보험료에의 영향

제조물책임법의 도입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파급효과를 유발하므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손해배상책임의 증가에 따른 원가부담을 100% 가격에 전가할 경우에 가격상승요인을 시산한 결과 물가는 약 0.095% 상승한다는 보고가 있다.

제조물책임제도의 도입은 손해배상의 가능성에 대비한 보험료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보험료 상승의 가능성이 있으나,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을 계기로 제조물책임 보험에의 가입이 크게 늘어날 경우 실제로 보험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제조물책임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보험료가 상승하지 않고, EU에서는 보험회사가 이론적으로 0.02% 수준의 보험요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으나, 현실적으로는 보험요율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수입선다변화의 전면해제 등으로 국내시장에서도 수입품과 국내상품의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바, 제조물책임제도의 도입 없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대응해 나갈 수 없다고 본다. 제조물책임제도가 정착된 국가로부터 수입된 안전도가 높은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도 안전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수출품은 이미 대부분 그 국가의 제조물책임 제도를 적용 받고 있어 국내에서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없으며, 오히려 우리 상품의 안전성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신뢰를 높여 국제적 경쟁력의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각국이 제조물책임법 도입에 열심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제조물책임법이 소비자 보호에 효과적이라는 점과 제조업자의 생산혁신을 유도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들을 제조물책임법 시행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자의 생산혁신과 같은 경제적 효율성의 개선이나 사회적 손실의 규모는 경제구조와 경제주체의 행태변화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조물책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의 개선이나 각 경제주체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